음악 비평

번가의 유령들 — Billy Joel

「52nd Street」 · Billy Joel · Columbia Records · 1978 · 스트리밍 ↗

52nd Street - Billy Joel 음반 표지
Billy Joel — 「52nd Street」 (1978) 표지 © iTunes /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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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가을, 맨해튼 미드타운. 한때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가 새벽까지 혼을 불태우던 52번가는 이미 재즈의 거리가 아니었다. 비밥의 전설들이 떠난 자리엔 사무용 빌딩과 관광객용 스테이크하우스가 들어섰다. 빌리 조엘은 바로 그 폐허(廢墟)의 이름을 앨범 제목으로 가져왔다. 《롤링 스톤》의 스티븐 홀든은 이 선택에서 “교외의 불안을 맨해튼의 허세로 바꾼” 자신감을 읽었다. 허세였을까. 혹은 추모였을까.

2

‘Zanzibar’에서 프레디 허버드의 트럼펫이 터져 나오는 순간, 조엘의 기획은 명확해진다. 진짜 재즈맨을 초빙해 정통성을 빌려온 것이다. 이것이 교활한 상술(商術)인지 진정한 경의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Big Shot’의 냉소적 스케치, ‘My Life’의 해방 선언, ‘Honesty’의 평이한 발라드―이 앨범은 한 곡도 같은 표정을 하지 않는다. 필 라몬의 프로듀싱은 모든 날 선 모서리를 부드럽게 갈아냈고, 그 매끄러움이 오히려 비평가들에겐 의심의 근거가 됐다. 너무 잘 팔리는 것은 늘 예술적 타협의 증거로 의심받는다.

3

‘52nd Street’는 그래미 최초의 올해의 앨범상(Album of the Year) 수상작이 됐다. 재즈의 거리가 아닌, 팝의 시대에 바쳐진 헌사(獻辭)였다. 역설은 여기 있다. 조엘은 52번가를 부활시키지 않았다. 그는 이미 죽은 거리의 이름을 빌려 자기 것을 만들었을 뿐이다. 진정한 계승이란 원본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이 실패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임을, 이 앨범은 증명한다. 재즈의 거리는 사라졌으나, 그 유령은 팝 차트 1위로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