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36곡짜리 컨트리의 두 시간
「One Thing At A Time」 · Morgan Wallen · Big Loud / Republic Records · 2023 · 스트리밍 ↗
지난주 퇴근길에 모건 월런의 신보를 틀었다. 두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니 집에 도착해서도 끝나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지 못한 채 ‘Last Night’ 후렴을 한 번 더 들었다. 흔히 말하는 컨트리의 빤한 멜로디가 그날따라 아련하게 다가왔다.
이 앨범은 36곡이다. 스트리밍 차트를 점령하기엔 더없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미국의 한 음악 전문지는 “앨범이 아니라 콘텐츠 투하”라고 썼다. 과장이 아니다. 작은 마을, 위스키, 밤의 통화, 어머니에게 바치는 ‘Thought You Should Know’까지. 낯선 정서인데도 귀에 착 감긴다. 허스키한 보컬은 익숙한 코드 진행을 구겨 넣어도 제 몫을 해낸다. 그런데 스무 번째 트랙쯤부터 트럭, 맥주, 여자의 어휘가 되풀이될 때 잠시 불온한 생각이 들었다. 좋은 곡은 분명 있는데, 왜 36곡이나 실어야 했을까.
그 답은 음악 밖에 있다. 알고리즘은 반복을 좋아하고, 팬덤은 物量을 忠誠으로 읽는다. 2021년 인종 비하 발언 이후, 그 팬심은 오히려 폭발했다. 예술적 결단이라기보다 산업적 계산의 산물이랄까. 하지만 ‘Last Night’ 하나만큼은 2023년 미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정직한 히트곡이다.
나도 플레이리스트에는 36곡 중 다섯 곡을 담았다. 나는 비평가가 아니라, 골라 듣는 대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