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실패한 밴드가 푸른 눈 소울을 얻기까지
「Songs About Jane」 · Maroon 5 · Octone Records / J Records · 2002 · 스트리밍 ↗
《미국의 한 음악 전문지》의 배리 월터스는 2002년 마룬 파이브의 데뷔 앨범 《Songs About Jane》을 두고 “누메탈의 공격성과 포스트 그런지의 불안이 지배하던 지형에 나타난, 이상하리만치 매끄러운 이례”라고 불렀다. 린킨 파크와 크리드, 니켈백이 분노를 라디오의 기본 주파수로 만들던 때였다. 그 소음의 정글에서 무명 밴드가 스티비 원더와 프린스, 홀 앤 오츠 쪽을 바라봤다는 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의 전환처럼 읽힌다.
마룬 파이브의 전신은 1990년대 중반 리프라이즈와 계약했던 카라스 플라워스다. 앨범 한 장으로 계약이 끝났고 밴드는 조용히 무너졌다. 《Songs About Jane》은 그 잔해 위에 다시 쌓은 음반이다. 제목의 ‘제인’은 한 사람의 연인이라기보다, 실패 이후 마주한 모든 사적 상실의 다른 이름이었는지 모른다. 시대가 공적 분노를 팔 때 이들은 사적 비탄을 다듬었다.
‘Harder to Breathe’는 앨범에서 가장 거친 곡이다. 잘게 쪼개진 기타 리프 위로 애덤 리바인의 팔세토가 쥐어짜듯 올라간다. 누메탈의 분노가 요란한 소음이었다면, 이 곡의 분노는 호흡 곤란에 가깝다. 이어지는 ‘This Love’는 절에서 긴장을 움켜쥐다가 후렴에서 폭발과 취약성을 한꺼번에 배출한다. ‘Sunday Morning’은 재즈 셔플과 따뜻한 하모니로 부드러운 대비를 만들고, ‘She Will Be Loved’는 느긋한 멜로디 뒤에 꽤 정교한 화성 진행을 숨긴다. 프로듀서 맷 월러스는 악기 사이의 유기적 호흡을 남기면서도 라디오가 원하는 광택을 덧입혔다.
광택 아래 남은 것
문제는 그 광택이 열두 곡 내내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리바인의 낭만적 비탄은 리바인의 낭만적 비탄에 갇히고, 앨범 후반은 완성도와 균질성이 뒤섞인 채 서로를 닮아 간다. 영국의 한 음악 주간지의 한 평론가은 이들이 “형제들의 음반 컬렉션을 탐독한 흔적”이 분명하다고 평했는데, 그 진단은 칭찬인 동시에 한계를 가리킨다. 훅은 강하되 위험과 마찰은 닦여 나갔다. 블루아이드 소울의 전통은 계승했을지 몰라도, 그 전통을 갱신하는 힘은 앨범 안에서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음반은 실패를 통과한 밴드만이 낼 수 있는 냉정함의 산물이다. 카라스 플라워스가 망하지 않았다면 마룬 파이브도 없었다. 그들은 시대의 분노를 모방하지 않았고 유행의 소음을 답습하지 않았다. 오히려 망했기 때문에 자기 형식을 찾았고, 그렇게 얻은 세련됨이 이후 마룬 파이브의 성공을 떠받쳤다. 이 성공은 카라스 플라워스의 실패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실패가 곧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