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3년, 머라이어 캐리의 《Music Box》는 팝 음악의 영혼을 화장(火葬)했다.
2
《롤링 스톤》의 비평가 아리온 버거는 이 앨범을 두고 “외과적 정밀함”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확한 진단이다. 월터 아파나시에프와 캐리 본인이 공동 프로듀싱한 이 음반에서 모든 신시사이저 패드, 모든 드럼 머신의 타격, 모든 보컬 런은 수술대 위 메스처럼 정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Hero’를 들어보라. 이 곡은 어떤 감정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전문가적 숙련도로 그것을 실행한다. 졸업식과 낮 방송 감동 코너를 위한 완벽한 배경음악. 배드핑거의 ‘Without You’ 커버는 한층 더 노골적이다. 해리 닐슨이 원곡에서 날것의 절망으로 전달했던 황폐함을, 캐리는 하나의 단어 안에 몇 개 음표를 욱여넣을 수 있는지 시연하는 체조 경기장으로 바꿔버렸다. 5옥타브에 달하는 악기(樂器)는 분명 찬란하다. 그러나 그 악기가 연주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정교한 복제품이다.
3
1993년이라는 해를 기억해야 한다. 빌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한 해. 냉전이 종결되고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을 선언한 직후. 세계는 효율과 최적화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팝 음악 역시 그 궤도 위에 올라탔다. 《Music Box》는 바로 그 시대정신의 음향적 구현이다. 모든 요소가 계산되고, 모든 반응이 예측되며, 모든 것이 상품(商品)으로서 기능한다. ‘Dreamlover’의 여름날 같은 경쾌함조차 컬럼비아 레코드 임원 회의실에서 결정된 전략적 배치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앨범에서 자발성이나 거친 모서리를 찾는 행위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장인의 수제 버거를 주문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4
물론 이 비평 전체가 《Music Box》의 상업적 성공 앞에서 무력해질 것임을 안다. 이 앨범은 전 세계에서 수천만 장이 팔렸고, 2020년대인 지금도 스트리밍 되고 있다. 캐리의 청중은 그녀가 주는 것을 정확히 원했고, 그녀는 정확히 그것을 주었다. 대중이 원하는 것과 대중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아무도 읽지 않는 칼럼이나 쓰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