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년, 팝이 예술이 되던 해 — The Beatles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The Beatles · Parlophone / Capitol · 1967 · 스트리밍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The Beatles 음반 표지
The Beatles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967) 표지 © iTunes /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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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6월,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 운집한 인원은 약 20만 명. 그해 샌프란시스코 헤이트-애시버리 지구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10만 명을 넘었다.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해 여름은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이라는 고유명사가 되었고, 대중음악은 더 이상 댄스홀의 배경음악으로 머물기를 거부했다. 비틀스의 여덟 번째 스튜디오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세상에 나온 것은 바로 그 한복판, 6월 1일이었다. 《롤링스톤》의 랭던 위너는 이 앨범을 두고 “록 역사상 가장 야심찬 성취”라고 썼다. 과장이 아니었다. 이 앨범은 대중음악이 시장의 승리를 넘어 예술성(藝術性)의 승리까지 움켜쥘 수 있음을 증명한 최초의 사례였다.

비틀스는 전년도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투어를 중단했다. 무대 위에서 절규하는 대신 스튜디오 안에서 실험하기로 한 것이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오케스트라에게 최저음에서 최고음까지 즉흥 연주하라는 전례 없는 지시를 내렸고, 테이프를 역재생하고, 증기 오르간 소리를 편집으로 재현했다. 기술적 곡예(曲藝)였으나 기교에 머물지 않았다. 모든 장치는 곡을 섬겼다. 가상의 에드워드 시대 밴드라는 설정은 ‘비틀스’라는 이름의 무게로부터 네 청년을 해방시켰다. 그들은 마침내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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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하나의 공연처럼 흐른다. 타이틀곡의 함성과 금관 팡파르가 막을 올리고, 링고 스타의 구수한 목소리가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를 부르며 관객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안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는 루이스 캐럴의 세계를 사이키델릭한 만화경으로 재구성한다. 몽환적 오르간 위로 떠다니는 가사들—“셀로판 꽃”, “마멀레이드 하늘”—은 논리를 비웃고 감각에 호소한다.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는 빅토리아 시대 서커스 포스터에서 영감을 얻어 테이프 루프와 기괴한 음향으로 텐트 안의 어지러움을 재현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소리의 환각(幻覺)‘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 앨범의 진정한 힘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에 있다. ‘She’s Leaving Home’은 현악만으로 편성된 곡이다. 집을 떠나는 딸과 남겨진 부모의 이야기. 폴 매카트니의 섬세한 서사는 세대 간 단절을 설교 없이 그려낸다. 1960년대 영국 중산층 가정의 초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이별의 비극이다. 조지 해리슨의 ‘Within You Without You’는 시타르와 타블라를 전면에 내세운다. 인도 고전음악과 서양 팝의 충돌은 명상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해리슨은 여기서 ‘자아와 우주’ 같은 거창한 주제를 건드리지만,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겸손한 진지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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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A Day in the Life’가 있다. 존 레넌의 몽롱한 도입부는 신문 기사들의 파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통사고로 죽은 청년, 영화 속 전쟁에서 영국군이 이겼다는 소식, 블랙번의 도로에 난 4천 개의 구멍. 일상의 부스러기들이 초현실적 우울로 직조된다. 중간부에서 매카트니의 목소리가 난입한다. 알람 소리, 버스, 흡연—평범한 아침의 리듬이다. 그러다 오케스트라가 최저음에서 최고음까지 카오스의 크레셴도를 만들어내고, 마침내 피아노 화음 하나가 40초 넘게 울린다. 무한을 향해 소멸하는 듯한 그 잔향은 대중음악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먼 지점을 가리킨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은 역사에 남을 자격이 있다.

신해철이 넥스트 시절 ‘컨셉트 앨범’이라는 형식에 집착했던 이유를 이 앨범에서 찾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가 뉴욕에서 완성한 2000년 앨범 ‘A Man’s Life’는 “20세기의 막다른 골목에서 비틀스 1967년 걸작이 획득했던 너비와 깊이에 도전장을 던진” 시도였다. 그 도전이 성공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도전 자체가 가능했던 것은 ‘Sgt. Pepper’s’가 대중음악의 천장을 부숴버렸기 때문이다.

2024년 현재, 음반 산업은 스트리밍에 잠식당했고 앨범이라는 단위는 플레이리스트에 밀려났다. 그러나 57년 전 네 명의 영국 청년이 증명한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중음악도 하나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 그 세계는 한 곡씩 떼어 듣는 순간 허물어진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여정이다. 요람을 흔드는 손이 세상을 지배하듯, 첫 곡의 팡파르부터 마지막 화음의 잔향까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의 의지다. 예술이 되고자 했던 팝의 의지. 그것이 이 앨범을 영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