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스무 해 뒤의 당신
「자살」 (Suicide) · 에두아르 르베 (Édouard Levé) · 옮긴이 한국화 · 을유문화사 · 2008
왜 죽었는가를 묻지 않고 어떻게 살았는지만 기록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다. 에두아르 르베의 《자살》은 그 불가능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스물다섯에 자살한 친구를 스무 해 만에 ‘당신’이라는 대명사로 불러낸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지 열흘 만에 저자도 목숨을 끊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르베는 친구의 손글씨, 음악 취향, 운전에 대한 두려움, 표를 모으는 버릇, 방을 떠나는 방식을 적는다. 설명은 없다. 심리학도 종교도 사회학도 만능 열쇠가 되지 못한다. 한 서평은 이 책을 부재로 그린 초상이라 했지만, 르베는 부재(不在)를 흔적(痕跡)으로 갈무리한다. 죽음을 풀지 않고 곁에 머문다. 좋아할 수 없어도 차가운 돌처럼 남는다.
사진작가였던 그에게 장면은 중심을 비워둔 채 주변을 비추는 일이다. 사건을 향해 가지만 사건을 열어젖히지 않는다. 자살을 설명으로 마감하지 않는 태도가 이 책의 윤리다. 2인칭은 죽은 이를 불쌍히 여기지도 심판하지도 않는다. 스치고 간 세계와 남긴 자취로 되돌려놓는다. 애도는 완료되지 않는 주의력이 된다.
우리는 누군가 스스로 떠났다는 소식 앞에서 원인을 묻고, 원인을 듣고 나면 사건을 접는다. 장례보다 해명이 빠른 시대다. 이 작은 책은 그 조급한 마감을 오래 억누른다. 자살은 삶 바깥이 아니라 삶 안의 사건이다. 빠르게 수습할수록 우리는 죽은 이를 다시 한 번 조용히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