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항복하지 않은 자들의 찬가 — ABBA

「ABBA: The Album」 · ABBA · Polar Music · 1977 · 스트리밍 ↗

ABBA: The Album - ABBA 음반 표지
ABBA — 「ABBA: The Album」 (1977) 표지 © iTunes / 레이블

1

1977년, 아바(ABBA)는 이미 패배한 존재였다. 런던 거리에서 섹스 피스톨스가 여왕을 조롱하고, 클래시가 분노를 토해내던 그해, 스웨덴에서 건너온 이 4인조는 여전히 화성(和聲)과 광택(光澤)에 집착했다. 펑크는 모든 것을 부수겠다고 선언했고, 아바는 그 와중에 미니 뮤지컬 사운드트랙이 실린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NME》의 줄리 버칠은 이들을 두고 “펑크가 존재하지 않는 평행우주의 음악”이라 비꼬았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그 평행우주가 결국 본류(本流)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2

《ABBA: The Album》은 기이한 물건이다. ‘Take a Chance on Me’은 아카펠라 훅으로 시작해 디스코 비트 위를 활주하고, ‘The Name of the Game’은 우울을 설탕에 재워 팝으로 포장한다. 베니 안데르손과 비요른 울바에우스의 작곡은 계산적이다. 그러나 그 계산 안에 기묘한 순정이 있다. ‘Thank You for the Music’은 감상(感傷)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지만, 아그네타 펠츠코그와 안니프리드 륑스타드의 하모니가 그 감상을 진심으로 바꿔버린다. 뮤지컬 넘버들은 과잉이고, ‘Eagle’은 5분을 넘기며 프로그레시브적 야심을 드러내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앨범의 약점마저 시대가 삼켜버렸다는 사실이다. 펑크의 분노는 3년을 못 버텼고, 아바의 멜로디는 반세기를 살아남았다. 나 역시 이들의 세련됨을 경멸하고 싶었다. 그러나 ‘Take a Chance on Me’의 후렴이 머릿속을 점령하는 순간, 비평가의 자존심 따위는 무력해진다.

3

스웨덴은 1970년대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인 복지국가였다. 계급투쟁 대신 합의를, 혁명 대신 개량을 선택한 사회민주주의의 모범이었다. 아바는 그 토양에서 자란 팝이다. 분노할 이유가 없는 자들의 음악. 그래서 이들은 펑크에 항복하지 않았고, 항복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살아남았다. 역사는 반역자를 기억하지만, 시장은 멜로디를 선택한다. 그것이 자본의 질서이고, 아바는 그 질서를 정확히 이해한 최초의 글로벌 팝 브랜드였다. 그들의 패배는 곧 승리였고, 그 승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