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성공이라는 감옥에서 부르는 노래 —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 Pink Floyd · Harvest Records (UK) / Columbia Records (US) · 1975 · 스트리밍 ↗
958주의 그늘
빌보드 앨범 차트 958주. 1973년 ‘The Dark Side of the Moon’이 세운 이 기록은 대중음악사의 에베레스트다. 핑크 플로이드는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2년 뒤, 그들은 정상에서 추락하는 방법을 노래했다. ‘Wish You Were Here’는 승리의 앨범이 아니다. 상실(喪失)의 앨범이다.
미쳐버린 다이아몬드
앨범의 앞뒤를 감싸는 26분짜리 대곡 ‘Shine On You Crazy Diamond’는 창단 멤버 시드 배릿에게 바치는 조가(弔歌)다. 배릿은 밴드의 창시자였으나 LSD와 정신질환으로 무너져 1968년 밴드를 떠났다. “젊었을 때 넌 태양처럼 빛났지(Remember when you were young, you shone like the sun)“로 시작하는 로저 워터스의 가사는 천재의 몰락을 직시한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는 마치 공중에 떠도는 유령처럼 음표를 길게 늘어뜨린다. 《롤링스톤》의 벤 에드몬즈가 적확하게 포착했듯, 이 앨범에서 배릿의 부재는 모든 음표에 스며들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을 녹음하던 날, 스튜디오에 살이 찌고 머리가 빠진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밴드 멤버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시드 배릿 본인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추모하는 곡을 녹음하는 현장에 유령처럼 나타난 것이다. 워터스는 그 자리에서 울었다고 전해진다.
기계 속으로 환영합니다
‘Welcome to the Machine’과 ‘Have a Cigar’는 음악 산업 자체를 겨냥한다. 신시사이저가 만들어내는 폐쇄공포증적 사운드 위로 워터스의 가사가 흐른다. 기계는 꿈을 팔고, 스타를 제조하고, 영혼을 갈아 넣는다. ‘Have a Cigar’에서 로이 하퍼가 냉소적으로 뱉는 “어느 쪽이 핑크야?(Which one’s Pink?)”라는 대사는 밴드 이름조차 모르면서 계약서를 들이미는 업계 관행을 꼬집는다.
핑크 플로이드는 그 기계로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기계가 동료를 집어삼키는 것을 지켜보았다. 성공한 자가 성공의 메커니즘을 고발할 때, 그것은 위선인가 고백인가. 이 앨범은 그 경계에 서 있다.
두 개의 기타
타이틀곡 ‘Wish You Were Here’는 앨범에서 가장 단순한 곡이다.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 워터스와 길모어가 번갈아 부르는 목소리. “우리는 잃어버린 영혼들, 어항 속을 헤엄치는 두 마리 물고기(We’re just two lost souls swimming in a fish bowl)“라는 가사는 배릿을 향한 것인 동시에 자기 자신들을 향한 것이다.
완벽하게 제작된 앨범 속에서 이 곡만이 인간적으로 들린다. 《NME》의 닉 켄트가 지적했듯, 지나치게 세련되고 완벽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 앨범에서 타이틀곡은 유일하게 체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단절과 그리움,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도.
성공의 역설
‘Dark Side of the Moon’이 보편적 광기(狂氣)를 노래했다면, ‘Wish You Were Here’는 특정한 슬픔을 노래한다. 전작의 개념적 치밀함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날것의 정직함이 있다. 성공했으나 비참한 자들, 친구를 광기에 잃고 자신을 상업에 잃은 자들의 기록.
1975년, 핑크 플로이드는 이미 거대한 산업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산업이 무엇을 파괴하는지 묻는 앨범을 만들었다. 물론 그 앨범도 수백만 장이 팔렸다. 그것이 모순이라면, 그 모순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이 앨범의 가치다.
오십 년이 지난 지금, 음악 산업의 기계는 더욱 정교해졌다. 알고리즘이 취향을 예측하고, 플랫폼이 수익을 분배하며, AI가 곡을 쓰는 시대에 우리는 묻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미쳐버린 다이아몬드들은 어디에 있는가?